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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

[랩진] 연애상담 (for.Soap Opera) for.Soap Opera 라이언 @ryan_jun다들 어디야 ㅡ 불고기 @bulgogi_jin나 3번 출구! 준아 나 데리러 와 출구로 이어진 계단을 올라가며 밖을 내다보니 데리러 오라는 말 한 마디에 마중나온 남준이 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라 확 바뀐회색의 머리가 낯선 느낌을 주었지만, 출구 옆에 가만히 서서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입을 살짝 벌린 채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모습이 딱 남준이었다. 계단을 거의 다 올라오니 턱까지 숨이 차올랐다. 나날이 나빠지는 체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밖으로 발을 내딛자 남준이 휙 뒤를 돌아봤다. 아, 놀래키려고 했는데. "왔어요?" "응. 가자-" "왜 이렇게 급해요. 천천히 가요." "애들 기다리잖아." "괜찮아요. 밥은 먹고 왔어요.. 더보기
[홉민] 담배 담배for. ETA 공원 벤치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힌 지민이 연기를 뱉어내며 벤치에 등을 기댔다. 멍하니 먼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는 듯 하다가도 입이 심심해지면 손을 들어 한 모금 쭉 빨아들이고는 다시 재떨이에 손을 올렸다.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하나 그런 생각도 하고, 그냥 뒤질 걸. 그런 생각도 했다. 그런 생각만 하고 있는 자신을 보고 있자니 허무함에 웃음이 나왔다. 본인 스스로를 비웃는 그런 웃음. "뭐하냐, 혼자." "담배를 꼭 누구랑 같이 피워야되나." "그러네." 멀리서부터 걸어오는 소리는 들었지만, 굳이 쳐다보지는 않았다. 회사 안에서도 피울 수 있는 담배를 굳이 공원까지 와서 피우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었기도 했고, 그 특유의 향이 났기 때문이기도 했다. 털썩 하고 앉으면서.. 더보기
[국민] 초콜렛 벌써 14일인데, 아무 것도 없나 싶은 마음에 휙 화장실로 들어가는 그를 쳐다보았다. 어릴 때부터 들어오고 봐온 것이 있어 남자가 여자한테 주는 날이라고 알고있었는데 막상 검색해보니까 연인 사이에 초콜렛을 주는 날이라잖아. 수제는 아니더라도 일부러 자그마한 바구니에 직접 고른 초콜렛들을 하나하나 담고 짧은 편지까지 써둔 것이 문득 생각나 저걸 줘 말어 하며 한숨을 쉬었다. "전정국 어디가?""저 친구 만나고 올게요.""또 그 분?""허허, 네. 갔다올게요." 자기 애인은 숙소에 있어도 가만 두고 친구랑 놀러가다니. 대단하다 정말. 평소에도 무심해서 나한테 신경 좀 써줘라 하고 정국에게 말을 꺼내려다 만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작년에는 어땠더라 곰곰히 생각하는데 연습실이나 가자는 호석의 말에 지민은 끙끙.. 더보기
[국민] 좋아해요 국민 전력 83회차 형, 많이 좋아해요.형, 나랑 멀리 도망가요.형, 우리 같이 살아요. 형, 내가 많이 좋아해요.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마음 속에서는, 한 밤중의 내 방에서는 수없이 울렸던 말이었다. 내가 더 전부터 좋아했는데, 내가 더 전부터 사랑했고 옆에 있었는데 결국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의 곁에 자리잡았다. 그와 나란히 걸으며 행복한 웃음을 짓는 그에게 나는 좋아보인다며 장난을 치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형, 있잖아요." "응?" "음.. 아니에요. 아무것도.""뭐야-..""맞아, 형 괜찮아요?" "응?" "어른들이, 자꾸 이상한 말 하잖아. 그거.. 괜찮냐고.." "당연하지! 안 괜찮을 게 뭐야." 나의 실없는 말에도 그저 베시시 웃는 당신이었다. 형의 미소가 나에게는.. 더보기
[홉민] 네온사인 진한 분홍색의 네온사인은 몇 번을 보아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입구를 지나칠 때마다 눈을 아프게 찔러오는 탓에 입구에 들어서면 눈을 감고 일직선인 복도를 지났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 네온사인을 버티는 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저걸 바꾸면 어떠냐고 석진에게 말하려 했다. 그 입 다물어. 적당히 해. 낮게 으르릉거리며 위협하는 석진의 말소리가 들려 빠르게 복도를 지나치니 바 안쪽에서 어느 손님 한 명을 노려보며 평소에는 보이지도 않는 매서운 눈을 한 석진이 있었다. "알았어, 알았다고. 안 하면 되잖아." "건드리지 마.""..알았어." 석진의 경고하는 말투에 그 손님은 입을 꾹 다물더니 이내 술잔만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손님을 지켜보던 석진이 시선을 돌려 호석을 쳐다보았다. 어! 반가워하며 활짝 .. 더보기
[슈짐] 작업실 처음에는 그렇게만 생각했었다. 엄청 까칠한데 일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는 아저씨. 아니 형? 아무튼, 그런 사람이라고만. 하루는 녹음이 끝나고 나서 피디님이 맛있는 건데 너무 달아서 질린다며 나에게 상자 하나를 건넸다. 속을 들여다보니 달콤한 향이 상자를 뚫고 나올 정도의 생크림 케이크였다. 제가 받아도 돼요? 그렇게 말하니 피디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많이 먹었다며. 아무리 받았다고 해도 지금 살을 빼고있는 상황이라 이렇게 칼로리가 높은 걸 먹을 수는 없다며 고민하다 상자를 내려놓으니 그가 조용히 매니저 형을 불렀다. 뭐하는 거지? 피디님은 매니저 형에게 딜을 했다. 자신이 주는 스위츠를 먹은 후에는 꼭 운동을 할테니 먹게 해달라고. 나의 의견은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딜이었지만 좋지? 하고 나의 .. 더보기
[161005] 슈짐 조각글 모음 1.핫초코 "추워요?""아니.""근데 웬 핫초코에요?" 가만히 나를 바라보던 너의 표정이 점점 의아함으로 변해갈 즈음 나는 그 이유를 말해주려다 어깨를 으쓱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아, 뭔데요-!" 아직 조금은 따뜻하고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은 날씨였다. 더운 걸 싫어하는 내가 이 날씨에 핫초코를 마시는 거에 뭔가 대단한 이유라도 있어보였는지 너는 계속 내 등 뒤로 와 나를 끌어안으며 물었다. "뭔데요? 오늘 뭐, 핫초코가 행운의 아이템이에요?"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는. "지민아.""네?""너 있잖아." 슬쩍 뒤를 돌아보니 너는 나에게서 조금 떨어져 나와 눈을 맞췄다. "너 자꾸 나 끌어안으면.""안으면?""잡아먹는다?" 나의 말이 장난으로 들렸는지 너는 푸하! 하고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게 뭐.. 더보기
[홉민] 거리 "유닛 어떡할래." 부장의 말에 2학년들이 고민하는 것이 지민의 눈에도 보였다. 각자 자신과 비슷한 춤선, 또는 지금까지 지켜보면서 같이 춤을 춰보고 싶었던 후배를 물색하는 그 눈빛이 생각보다도 날카로웠다. 2학년 마지막 무대. 3학년 때는 동아리 활동을 전혀 할 수 없는 그들에게는 졸업하기 전에 동아리의 타이틀을 달고 할 수 있는 마지막 공식 무대이기 때문에 더더욱,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 "난 지민이." 아직 자신의 파트너를 고민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이미 생각해뒀던 이름을 꺼낸 호석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가 눈이 동그래져서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고있는 지민에게 미소를 보여주었다. 부장은 그럴 줄 알았지. 라며 중얼거렸고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어. 하고 호석의 어깨를 토닥였다. 춤을 잘.. 더보기
[슈짐] 이름 그가 나를 부르는 호칭은 매번 달랐다. 꼬맹아, 못난아, 야 쪼꼬미, 야, 애기야. '지민아' 가 아닌 호칭들은 전부 맘에 들지 않아서 나는 그에게 매번 투정을 부렸다. 애취급도 적당히 해야지. 겨우 두 살 차이인데 그가 하는 행동을 보면 내가 열 살은 어린 것만 같았다. 심술이 나서 내가 왜 꼬맹이에요! 내가 왜 못난이에요! 그렇게 말하면 그는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나보다 작으니까 꼬맹이지. 김태형보다 못 생겼으니까 못난이지. 참 희한하게도 엉뚱한 곳에서 논리적인 사람이었다. 이게 말이 되는 논리인 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하루는 그에게 물었다. 형 왜 내 이름은 잘 안 불러줘요? 그랬더니 그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별 고민도 하지 않은 듯 금세 답을 내놓았다. 글쎄, 모르겠네. 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 .. 더보기
[슈짐] 거짓말 주간슈짐 49회차 - 영업종료, 나한테 왜 그랬어 이름이 뭐더라. 들여다 본 핸드폰 액정에는 민윤기 라는 이름과 24살이라는 나이가 떠있었다.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걸 싫어하는 지 미리 받기 때문에 대충은 알고 있지만 자기소개서 한 구석에 있던, 자기 스스로 말하는 '무뚝뚝함' 이라는 글자가 이 사람은 차가운 사람일 것이고, 표현도 잘 못하는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연락이 들어왔던 몇몇 사람들 중 대하기 어려울 사람을 고른 것은 내 잘못이었다. 애인 대행이라는 쉽지 않은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보았던 덕에 차라리 감정이 쉽게 드러나는 사람이 대하기도 쉽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놓고도 이러고 있다니. 이 실수 아닌 실수는 단순히, 내가 그런 사람을 좋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