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깔창 깔으래!"
"안 깔았는데요..?"
"ㄲ, 깐거 아니야..?"
"네. 키 큰건데."
"아 그만 좀 커라 전정구기이..."
데뷔 초부터 안 그래도 나보다 키가 크던 정국이는 어느 샌가 윤기 형을 넘고 호석이 형을 넘어서 이제는 태형이나 석진이 형을 따라잡으려고 한다. 이제 스무살이니까 더 클텐데 저걸 어떻게 하면 좋담. 저번에는 자기 키 생각 안하고서 남준이 형이랑 비슷한 키가 되겠답시고 깔창을 까는 바람에 정말로 머리 하나 차이가 날 뻔도 했었다. 내가 형인데. 나도 모르게 삐죽 나와있는 입술을 살며시 집어넣으며 다른 멤버들을 기다리느라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 정국이를 바라봤다. 진짜로 올려다봐야하네.
"나 뚫어지겠어요. 왜 그렇게 봐요."
"내가 언제 봤다고."
"지금요."
"아니거든, 저 뒤에 다리 본거거든."
"...거짓말은."
거짓말 아니라고오! 괜히 버럭 하면서 정국이를 올려다보자 눈을 내리깔고 나를 쳐다보는 그의 시선이 너무 뜨거워 빠르게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그의 시선을 받는 게 어색하고 괜히 부끄러웠다. 눈 마주치기도 힘들다. 다른 곳만 보고있자 갑자기 뒤에서 지민이 형.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하고 뒤를 돌아보자 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더니 싱긋 웃고는 윙크를 날리는 게 아닌가. 이런 수작 부리면 내가 좋아하.. 지. 그치. 좋아하지. 하지만 내 맘도 모르고 사람 많은 곳에서 이렇게 나에게 끼를 부리는 그가 얄미워서 그의 가슴팍을 툭 쳤다. 여전히 단단하다. 운동을 그렇게 많이 하는 것도 아니면서 근육은 왜 이렇게 잘 붙는대.
"형."
"왜."
"하이힐이라도 신어보지 그래요?"
"...진짜 죽는다 전정국."
"알았어요, 알았어."
*
키 얘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형이 너무 귀여워서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저절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내리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뻔히 보이는 그 맑은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놀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왜 그렇게 보냐는 말에 그는 시치미를 뚝 떼더니 고개를 돌렸다. 형은 부끄러워 하면 얼굴보다는 귀가 새빨개진다. 지금도 그랬다.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이 형은 아무래도 나를 꽤나 좋아하는 것 같다. 카메라 앞에서도 좋다고 몇 번을 말하는 사람이니까 아마 착각은 아니겠지.
지민이 형. 하고 나지막이 부르니 휙 돌아보는 그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렸다. 부드럽고 달콤한 향이 마음을 간질였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눈이 초롱초롱하고 너무나도 예뻐서 순간 할 말을 잊어버렸다. 부르긴 했는데 무슨 말을 하려고 했었는지 잊어버린 나는 자연스럽게 그에게 윙크를 날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의 귀에 이어 볼까지 붉어지며 나를 툭 쳤다. 부끄러워 하긴. 귀여워죽겠네. 가끔은 형이 여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럼 이렇게 슬픈 감정도 안 생겼을 텐데. 여자였으면, 형이 예쁜 옷 입고, 하이힐 신고서 내 옆에서 걸어주면 참 좋았을 텐데. 아, 남자여도 하이힐은 신을 수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