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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단편

[뷔민] 사탕

(BGM :: 방탄소년단 - 이불킥)



컴백을 하고, 무대를 할 때마다 사탕을 물고 춤을 추는 태형이를 보고 사람들은 밝은 머리 또는 사탕 문 애로 부르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잘생긴 놈이 염색도 예쁘게 하고 사탕 물고서 무대에서 끼 부리고 뛰어다니니 사람들이 집중할 수 밖에. 오늘도 무대용 사탕을 준비해놓고는 노래를 부르면서 흥이 잔뜩 올라 리듬을 타고 있는 그를 보고 있자니 왜인지 저 사탕을 뺏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탕 어디갔냐며 울상이 되어서는 찾으러 다닐 그가 상상되어서였을까. 태형이가 다른 형들과 얘기하고 있는 틈을 타 사탕이 놓여진 테이블로 다가가는데 눈치를 챘는지 그가 홱 돌아봤다.


"야, 빡찌!"
"왜."
"니 내 사탕 먹을라그랬지!"
"아닌데."
"뻥치지마라!"
"진짜! 야, 그럴 생각도 안했다!"
"...진심으로?"
"그래."


1차 시도 실패. 테이블 앞에 있는 소파에 앉아 태형이 한 눈 팔기를 기다리며 괜시리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눈 앞에 있는데도 내가 가져갈까 불안한지 자꾸 쳐다보는 그의 시선때문에 가져올 수가 없었다.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시선을 다른 곳으로 끌 수 있을까. 힐끔힐끔 사탕을 보는 내 시선을 느낀 듯 태형이 내 앞으로 오더니 슥 사탕을 가져가버렸다. 쳇. 아까워. 그래도 한 번 시도한 거, 계속 해봐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 태형의 움직임을 계속해서 지켜봤다. 계속 사탕을 든 채로 남준이 형이랑도 얘기하고, 호석이 형이랑도 얘기하고, 정국이한테도 가면서 나한테는 오질 않았다. 이씨, 아무리 사탕이 중요해도 그렇지. 나를 방치해두다니!


"태태!"
"어 왜?"
"그거 사탕 하나 더 있어?"
"아니, 없는데."
"..."
"그렇게 쳐다봐도 안 줄건데-?"


얄미워. 얄미워. 진짜 얄미워. 나도 모르게 삐죽 나온 입술을 보고는 놀리고 싶어 안달난 얼굴을 한 정국이가 다가와 지금 사탕먹고 싶어서 이러는거냐며 괜히 나를 쿡쿡 찔러보았지만 내 입술은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참을 삐죽대며 다른 곳을 보고있자니 어느새 태형이가 시야에서 사라져있었다. 태형이 어디갔는지 아냐고 멤버들에게 물어봐도 아무도 몰랐다. 얜 또 어디간거야. 화장실 갔나. 사탕에 흥미를 잃은 내가 핸드폰으로 시선을 돌려 인터넷을 하고 있자니 갑자기 눈 앞으로 사탕 하나가 쑥 들어왔다. 깜짝이야. 놀라서 그 손의 주인을 찾으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자 태형이가 서 있었다.


"사탕 먹고 싶은 것 같길래."
"아... 어. 아. 어! 먹고 싶었어!"


나는 그냥 네가 갖고있는 사탕을 뺏어서 너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 뿐인데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렸다. 이게 뭐야. 괴롭히려다 내가 선물을 받다니.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사탕을 내려다보는데 봉지에 쓰여있는 딸기맛이라는 세 글자. 자기같은 맛으로 가져왔다 싶었다. 피식 웃으며 봉지를 뜯어내자 하얀색과 분홍색이 섞여있는 예쁜 사탕이 나왔다. 사탕을 입 안에 넣자 퍼지는 달콤한 딸기맛에 기분이 좋아져 고개를 들어 태형이가 있는 쪽을 봤더니, 그도 내 시선을 느꼈는지 힐끔 보고는 베시시 웃는다. 아무리 봐도 쟤는 선수야.. 어딜 가든 인기 많을 거다.

아무 생각없이 사탕을 물었는데, 이제보니 무대 올라가기 몇 분 전이었다. 아까 봉지는 버려버렸는데 이 아까운 걸 어떻게 하지. 씹어먹기에는 아깝고 버리기도 아깝고 어쩌지 어쩌지 하며 곰곰히 생각하는데 갑자기 태형이가 눈 앞에 보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갈 준비를 하는 태형을 가만히 보던 나는 나도 모르게 입에 물고 있던 사탕을 그의 입 앞에 가져갔고 그는 정말 자연스럽게 앙 하고 물고는 입 안에 쏙 넣었다.


"ㅇ, 야! 그거 내가 먹던 건데..!"
"..어?"
"아 뱉어-!"
"이미 한참 굴렸는데..?"
"야 그거 간접 키스야 인마-!"
"..좋네."
"어..?"
"야, 준비해."


묘하게 웃고 있는 태형이의 얼굴과 상반되게 의문 가득한 나의 얼굴이 거울에 비쳐보였고, 내가 먹던 사탕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넣어버리고는 웃고 있는 태형이의 입술과 거울 속의 나의 입술을 번갈아가며 보다가 간접키스라는 생각이 다시 머릿속에 떠오르자 온 얼굴에 화악 열이 올랐다. 왜 이런 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도 않는지. 이렇게 아무도 모르는 우리 둘만의 비밀이 하나 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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